건축은 공간을 짓는 일에서 시작해,
삶을 담는 일로 완성됩니다.
아침의 빛이 머무는 창가, 계절의 변화를 전하는 마당, 하루의 끝에 마음을 내려놓는 작은 방. 우리가 오래 기억하는 공간에는 화려한 모습보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감정이 남습니다.
저는 공간을 구상하기에 앞서 장소의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의 하루를 상상합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바람이 지나는 길, 문 하나를 여는 순간 마주할 풍경까지.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일상을 조금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듭니다.
이렇게 보게 된 데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건축보다 미술이 먼저였습니다. 프랑스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했고, 졸업 작업은 조형 작업과 영상 설치였습니다. 영상은 다섯 개의 화면이 서로 대화하듯 놓였고, 개별 화면보다 화면 사이에서 생기는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한동안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지면 위에서 글과 이미지의 자리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화면에서 지면으로, 지면에서 공간으로 옮겨오는 동안 다루는 재료는 달라졌지만 배치와 관계를 고민한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무엇을 어디에 놓을지, 그 사이를 얼마나 비울지 정하는 것입니다. 생활도 마찬가지여서, 방 하나하나가 아니라 방과 방 사이, 안과 밖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그 시절에 배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형태에만 있지 않습니다. 쓰임에 충실한 공간에도,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건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손때와 기억이 더해지는 재료에도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에스텍은 눈길을 끄는 첫인상만큼, 오래 머물수록 느껴지는 편안함을 소중히 여깁니다. 사람과 장소를 세심하게 살피며, 지금의 쓰임을 담고 내일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축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에스텍 아키텍처(주)
신승익